세계 경제는 지난 수십 년간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해 왔습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던 중국은 풍부한 노동력, 체계적인 제조 인프라, 저비용 생산 구조를 통해 다국적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미·중 갈등의 장기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 그리고 중국 내 인건비 상승과 규제 강화는 글로벌 기업들로 하여금 새로운 생산 거점을 모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전략이 바로 ‘차이나 플러스 원(China+1)’입니다. 이는 중국을 주요 생산기지로 유지하면서도, 지정학적 위험과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다른 국가에 보조적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전략을 의미합니다. 이 가운데 베트남은 지리적 이점, 인건비 경쟁력, 투자 유치 정책, 그리고 글로벌 기업 친화적인 제도적 환경 덕분에 가장 각광받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미·중 갈등 속에서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이 왜 등장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베트남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향후 베트남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할 전략적 의미를 고찰하고자 합니다.
1.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단순한 무역 마찰을 넘어, 첨단 기술, 에너지, 안보 등 다층적 차원에서 심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반도체와 첨단 장비 수출을 제한하며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견제하고 있습니다. 중국 또한 자국 내 공급망 자립을 강화하면서, 미국 및 우방국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확대하는 양상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은 특정 국가, 특히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위험하다는 점을 절감했습니다. 팬데믹 시기 중국 내 봉쇄 조치로 인한 생산 중단, 물류 지연, 비용 상승은 기업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습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은 다변화와 리스크 분산이라는 새로운 기조 아래 재편되고 있습니다.이는 미국, 중국을 넘어 더 다양한 국가를 고려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베트남은 한국과도 멀지 않은 거리로 아시아 문화권이라는 특징과 함께 중국을 대체할 만한 한국의 진출 국가로 앞장서게 되었습니다.
2.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의 부상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은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보완적 생산 기지를 다른 국가에 분산 배치함으로써 안정성을 확보하는 접근 방식입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기업들에게 매력적입니다.
- 비용 절감과 리스크 관리: 중국 내 임금이 상승하면서, 베트남·인도·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의 저임금 노동력이 상대적 우위를 확보.
- 정책적 불확실성 완화: 미·중 무역 갈등이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상황에서 대체 생산 기지 마련은 필수적 선택.
- 시장 다변화: 단일 국가 의존을 줄이고, 새로운 지역 시장 접근 기회를 확보.
이 가운데 베트남은 지정학적·경제적 조건에서 다른 신흥국들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3. 베트남의 전략적 매력 요인
베트남이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한 이유는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지리적 근접성
베트남은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동남아 주요 해상 물류 루트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는 기존 중국 공급망과의 연계성을 유지하면서도, 효율적인 물류 운영을 가능하게 합니다.
풍부한 노동력과 인건비 경쟁력
베트남은 젊고 풍부한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평균 임금 수준은 여전히 중국보다 낮습니다. 이는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아무래도 제조업의 경우 공장이 필요한 관계로 인건비, 임대료 등이 중요한 데 그런 점에서 베트남은 매력적인 나라 중 하나입니다.
개방적 투자 정책
베트남 정부는 외국인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며, 각종 세제 혜택과 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다국적 기업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한국, 일본, 미국 등과의 FTA(자유무역협정) 체결도 기업들에게 무역상 유리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정치·경제적 안정성
동남아 국가 중 비교적 안정적인 정치 체제와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어, 외국 기업이 장기적으로 투자하기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4. 글로벌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 사례
이미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베트남을 차세대 생산 거점으로 선택하고 있습니다.
- 삼성전자: 베트남을 글로벌 스마트폰 생산의 핵심 거점으로 활용하며, 현지에서 대규모 고용을 창출.
- 애플: 주요 협력사인 폭스콘, 페가트론 등이 베트남에 공장을 확장하여 생산 거점을 다변화.
- 나이키·아디다스: 스포츠 의류 및 신발 생산의 상당 부분을 베트남에서 진행.
이처럼 베트남은 전자·IT·섬유·가공식품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편입되고 있습니다.
5. 베트남의 한계와 과제
물론 베트남이 공급망 재편의 최적지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한계와 과제가 존재합니다.
- 인프라 부족: 항만, 도로, 물류 인프라가 중국에 비해 열악하여 대규모 물류 처리에 제약이 있음.
- 기술 수준 한계: 첨단 산업에서는 여전히 기술력과 숙련 노동력이 부족.
- 노동 환경 문제: 임금 상승 추세와 노동법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 기업 비용 부담 증가 가능성.
- 지정학적 리스크: 남중국해 분쟁 등 외교적 갈등 요인이 잠재적 불안 요소로 작용.
따라서 베트남이 장기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안정적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확충, 인력 교육, 제도적 투명성 강화가 필수적입니다.
미·중 갈등은 글로벌 공급망의 근본적 변화를 촉발하였고, 이에 따라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은 기업 생존을 위한 중요한 선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중심에 선 국가가 바로 베트남입니다. 베트남은 지리적 이점, 저렴한 노동력, 개방적 투자 정책, 안정적 정치 환경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대체 생산 기지를 제공합니다. 삼성전자, 애플, 나이키 등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이미 베트남을 전략적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베트남은 인프라 부족, 기술력 한계, 노동 환경 변화 등 구조적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따라서 베트남은 단순한 저비용 생산기지에서 첨단 제조와 디지털 산업을 아우르는 고도화된 공급망 허브로 발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베트남의 부상은 단일 국가 의존형 글로벌 공급망 구조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글로벌 기업은 공급망의 다변화와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베트남을 포함한 다수 국가와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할 것이며, 이는 세계 경제 질서의 새로운 균형을 형성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