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인접한 이웃 국가이자,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경제 파트너입니다. 두 나라는 오랜 역사 속에서 협력과 갈등을 반복해왔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는 상호 보완적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 강국으로서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일본은 정밀기계, 소재·부품, 첨단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 나라의 경제 협력은 단순히 경제적 논리만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과거사 문제, 외교·안보 현안, 국제정세 변화 등이 통상 관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왔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한·일 관계는 경제 협력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과 정치적 갈등 사이에서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한·일 경제 협력과 기업의 시장 진출 환경을 ① 자유무역협정(FTA) 논의, ② 주요 통상 이슈, ③ 양국 관계 변화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 이러한 요소들이 한국 기업의 일본 시장 진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고자 합니다.
1. 자유무역협정(FTA)과 경제 협력
한국과 일본은 모두 다수의 자유무역협정(FTA) 및 경제동반자협정(EPA)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국 간 양자 FTA는 아직 체결되지 않았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한·일 FTA 논의가 있었으나, 농업·제조업 개방 문제, 정치적 갈등 등으로 협상이 진전되지 못했습니다. 대신 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다자간 협정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제 협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2022년 발효된 RCEP은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일본, 중국, 호주, 뉴질랜드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간 FTA로, 한국과 일본이 처음으로 같은 협정에 동시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RCEP을 통해 한국 기업은 일본 시장에서 일부 관세 인하 혜택을 얻고, 서비스·투자 규범에서도 일정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양자 차원의 FTA가 부재하다는 점은 여전히 제약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농식품, 소비재 기업이 일본 시장에 진출할 때, 관세와 비관세 장벽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따라서 향후 한·일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양자 FTA 또는 고도화된 경제 협력 메커니즘 구축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2. 주요 통상 이슈와 그 영향
한·일 간 통상 관계는 협력과 갈등이 반복되는 특징을 보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입니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에 대해 한국 수출을 규제했는데, 이는 한국의 첨단 산업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었습니다. 당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와 공급망 다변화를 적극 추진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산업 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사례는 한·일 통상 관계가 단순한 시장 접근 문제를 넘어, 정치·외교적 변수에 민감하게 좌우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경우, 정책적 리스크가 직접적인 사업 위험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양국 관계 개선 흐름 속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해제되고, 한국 역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에 복귀시키는 조치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양국 기업에게 다시 협력의 기회를 확대하는 긍정적 신호라 할 수 있습니다.
3. 양국 관계 변화와 기업 진출 환경
한·일 관계의 변화는 기업의 시장 진출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관계가 악화될 경우 소비자 불매 운동, 투자 위축, 교류 제한 등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관계가 개선될 경우, 기업 간 협력 프로젝트가 활성화되고 신규 진출 기회가 확대됩니다. 이렇듯이 두 국가 간 관계에 따라 기업들에게도 큰 기회와 타격이 동시에 올 수 있습니다. 가까이 위치한 국가이다 보니 양 국가 서로 여행하면서 발생되는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으며, 많은 한국의 뷰티 기업, 요식업들이 일본에 진출한 상태이기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예컨대 최근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제·안보 협력 확대가 논의되면서,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 첨단 기술 공동 연구, 탄소중립 관련 협력이 활발히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기업이 일본 내 첨단 기술 기업과 협력하거나, 공동 투자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본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의료·헬스케어, 고령 친화 산업, 디지털 전환(DX) 분야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이 이와 같은 새로운 수요에 발맞추어 진출할 경우, 양국 협력은 단순한 전통 제조업을 넘어 신산업 분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일본 시장은 보수적이고 진입 장벽이 높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현지화 전략, 장기적 신뢰 구축, 파트너십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외부 환경 변화와 함께, 기업 내부의 시장 적응 전략이 병행되어야만 지속 가능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한·일 경제 협력과 기업 진출 환경은 자유무역협정, 통상 이슈, 양국 관계 변화라는 세 가지 요인에 의해 복합적으로 결정됩니다. 아직 양자 FTA 체결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RCEP 등 다자 협정을 통해 일정한 협력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그러나 2019년 수출 규제 사례에서 보듯, 통상 관계는 정치·외교적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으며, 기업에게는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최근 양국 관계 개선 흐름은 기업들에게 긍정적 기회를 제공합니다. 반도체, 첨단 기술,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 등 신산업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일본 내 고령화와 소비 패턴 변화는 새로운 시장 기회를 열어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 기업은 일본 시장 진출을 고려할 때, 정책적 환경 변화에 대한 민감한 대응, 철저한 현지화 전략, 장기적 신뢰 구축을 핵심 원칙으로 삼아야 합니다. 또한 한·일 경제 협력의 제도적 기반이 강화될 경우, 양국 기업은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와 혁신적 가치 창출에서 더욱 긴밀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한·일 경제 협력은 갈등과 협력을 반복해 온 역사적 맥락 속에서도,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양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