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글로벌 경제는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전개되는 복합적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 근접성, 산업 구조의 상호보완성, 그리고 미국·EU 등 선진국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긴밀한 경제 파트너십을 구축할 잠재력이 큽니다. 그러나 과거 양국 관계는 역사 문제와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경제 협력이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 특히 신흥시장의 급부상은 한·일 기업이 제3국에서 협력해야 할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와 중동은 대표적인 신흥 성장 시장으로, 젊은 인구 구조, 빠른 도시화, 인프라 수요, 에너지 전환 등 다양한 기회 요인이 존재합니다.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 건설,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으며, 일본은 고도 제조업, 인프라, 금융 부문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호보완성을 활용할 경우, 양국 기업은 단독 진출보다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동남아·중동 지역에서 한·일 공동 진출의 가능성과 전략적 필요성을 다각도로 검토해 보겠습니다.
1. 동남아시아 시장에서의 협력 가능성
동남아시아는 인구 6억 명 이상을 보유한 거대 시장이며, ‘메콩 경제권’과 ‘아세안 경제공동체(AEC)’ 등 지역 통합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은 스마트폰, 가전, 콘텐츠 산업에서 강세를 보이며, 일본 기업은 철도·항만·발전소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과 금융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지 국가들은 단순한 원조나 수입에 의존하기보다 기술 이전, 고용 창출, 공동 투자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한·일 협력이 새로운 가능성을 가집니다. 예컨대 인도네시아의 수도 이전 프로젝트에서 한국은 스마트시티와 ICT 인프라를, 일본은 교통·물류 인프라를 담당함으로써 통합형 도시 모델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또한 베트남에서는 한국의 전자·콘텐츠 산업과 일본의 금융·제조업 기반이 결합해 현지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동남아 시장은 이미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한·일 공동 진출은 중국과의 과도한 경쟁을 피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전략적 의미를 갖습니다.
2. 중동 지역에서의 에너지·인프라 협력
중동은 석유와 가스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탈탄소와 경제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 UAE의 친환경 정책 등은 거대한 인프라 투자와 신재생에너지 전환 수요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원자력·수소·해수 담수화 기술에서, 한국은 건설·플랜트·스마트시티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동 진출은 단순한 프로젝트 수주를 넘어 친환경·스마트 인프라 생태계 조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에서는 일본의 고효율 수소 기술과 한국의 건설·ICT 역량을 결합하여 세계적 수준의 스마트시티 모델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UAE의 원전 프로젝트 경험 또한 한·일 협력이 새로운 에너지 프로젝트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중동은 여전히 안정성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국가 주도의 장기 비전과 대규모 자본력을 고려할 때 양국 기업의 합작법인·컨소시엄 방식 진출은 단독 진출보다 안정성과 경쟁력에서 유리합니다.
3. 한·일 협력의 구조적 이점과 시너지
한·일 협력이 제3국에서 시너지를 창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산업 구조의 상호보완성입니다. 한국은 혁신적 기술 적용 속도가 빠르고, 비용 효율적 솔루션 제공에 강점이 있습니다. 반면 일본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신뢰도 높은 금융 지원, 장기적인 프로젝트 관리 능력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두 요소가 결합하면 제3국에서 요구하는 ‘가격 경쟁력 + 신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습니다. 또한, 한·일 양국은 모두 미국 및 EU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어 국제 규범 준수와 투명성 측면에서도 신뢰를 제공합니다. 이는 현지 정부와의 협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개발은행(ADB)이나 세계은행(WB) 등 다자개발은행 프로젝트에서 공동 수주를 추진한다면, 자금 조달과 기술 제공의 종합 패키지 모델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일 협력은 단순한 시장 확대를 넘어 국제 경제 질서 속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모델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4. 도전 과제와 극복 전략
물론 한·일 공동 진출에는 장애 요인도 존재합니다. 첫째, 정치·외교적 갈등이 경제 협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둘째, 기업 문화와 의사결정 구조가 달라 프로젝트 운영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셋째, 현지 시장에서 중국, 유럽, 미국 기업과의 경쟁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러한 리스크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공동 진출은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 수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양국 정부와 민간은 제도적 협력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일 제3국 공동 진출 위원회’를 설치하여 프로젝트 발굴·자금 조달·인력 교류를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한·일 공동 펀드’를 조성하면, 협력의 범위가 대기업 중심에서 벗어나 확장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양국이 ‘실용 협력 우선’이라는 공감대를 유지한다면, 외교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경제 협력 체계를 지속할 수 있습니다.
한·일 경제 협력은 오랫동안 정치적·역사적 요인에 가려져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중점 무대가 동남아와 중동 등 신흥시장으로 이동하고,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현 시점에서, 두 나라가 협력할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한국의 ICT·콘텐츠·건설 역량과 일본의 제조·금융·인프라 강점은 상호보완적 관계를 이루며, 이를 제3국에서 결합할 경우 단독 진출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특히 동남아에서는 스마트시티·디지털 인프라 분야에서, 중동에서는 에너지 전환·스마트 인프라 분야에서 유망한 협력 기회가 존재합니다. 물론 정치적 갈등, 기업 문화 차이, 글로벌 경쟁이라는 도전 과제가 상존하지만, 제도적 협력 플랫폼 구축과 공동 펀드 조성 등 구체적 실행 방안을 통해 극복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한·일 협력의 제3국 진출은 단순한 수익 창출을 넘어, 양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경제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전략적 선택이 될 것입니다.